
TSN KOREA 송동섭 기자 |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의 대표성을 높이기 위한 선거인단 확대 작업이 본격화됐다.
박지성 케이(K)-축구 혁신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일부 지역 축구계의 반발 가능성에도 선거제도 개편을 중단하거나 원점으로 되돌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케이-축구 혁신위원회는 20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박 위원장 주재로 3차 회의를 열고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제도 개편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을 비롯한 혁신위원 전원이 참석했다.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혁신위원들은 현재 300명 이내의 간선제를 규정하고 있는 대한체육회 회원종목단체 관련 규정을 조속히 개정하는 방향에 의견을 모았다.
대한축구협회는 대한체육회의 상위 규정 개정 방향에 맞춰 선거인단 확대와 구성 방식 등을 담은 자체 검토안을 마련했다. 혁신위는 이날 검토안을 토대로 선거권 부여 대상과 선거인단 규모, 실제 선거 운영 가능성 등을 논의했다.
박 위원장은 차기 회의에서 수정·보완된 방안을 다시 논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개편안의 핵심 기준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공정성과 대표성, 실제 적용이 가능한 실현 가능성을 제시했다.
선거제도 개편의 출발점은 대한체육회의 정관 개정이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16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회장 선거인단을 기존 2,244명에서 9만2,194명으로 확대하는 정관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기존보다 약 41배 늘어난 규모다.
개정안은 선거운영위원회가 일부 선거인을 추첨하는 방식을 폐지하고 회원단체 임원과 대의원, 대한체육회 등록시스템에 등록된 선수와 지도자, 심판 등 현장 체육인이 직접 선거에 참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확대되는 대한체육회 선거인단은 선수 3만8,116명, 지도자 3만6,981명, 심판 1만1,801명, 임원과 대의원 5,296명 등으로 구성된다.
대한축구협회도 이 같은 방향에 맞춰 기존의 제한된 간선제 구조를 대폭 손질할 전망이다.
박 위원장은 축구협회장 선거인단 규모와 관련해 최소 수천 명 이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한체육회 개정안은 장기간의 검토를 거쳐 마련됐지만 축구협회는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한 단계인 만큼 최종 인원을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일부 시도축구협회장들은 선거인단 확대가 기존 지역 축구단체의 영향력을 약화할 수 있다며 반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위원장은 반발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다면서도 이를 이유로 개편을 중단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국 축구가 현재의 위기에 놓인 데에는 축구계 구성원 모두에게 책임이 있으며 합리적 근거가 없는 반대는 국민과 축구인들의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혁신위가 선거제도 개편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대한축구협회장과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이 모두 공석인 비상 상황이 있다.
한국 축구는 오는 9월 열리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과 2027년 1월 개막하는 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준비에 착수해야 한다. 대표팀 운영과 중장기 정책을 책임질 새로운 집행부 구성도 시급하다.
혁신위는 그러나 국제대회 일정에 쫓겨 충분한 제도적 검토 없이 선거를 치르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박 위원장은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회장 선거를 서둘러 진행하는 것보다 축구계와 국민이 인정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선거 시한을 먼저 정하기보다 공정한 규정과 대표성 있는 선거인단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대한체육회는 회장 궐위 시 60일 이내에 후임 회장을 선출하도록 한 현행 기한을 연장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관련 개정안은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21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이사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대한축구협회의 선거인단 확대는 단순한 인원 증가를 넘어 축구 행정의 권력구조를 바꾸는 작업으로 평가된다.
선수와 지도자, 심판, 지역 현장 관계자의 참여가 확대되면 일부 대의원과 시도협회 중심으로 형성됐던 기존 선거 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후보자 역시 제한된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한 조직 선거에서 벗어나 정책과 행정 능력을 폭넓게 검증받게 된다.
다만 선거인단 명부 관리와 자격 검증, 온라인 또는 현장 투표 방식, 선거 비용 증가와 부정 선거 방지 대책은 추가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혁신위가 공정성과 대표성뿐 아니라 실현 가능성을 핵심 기준으로 제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차기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는 한국 축구의 새로운 행정 책임자를 선출하는 절차를 넘어 축구계 거버넌스 개혁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선거인단의 최종 규모와 구성 기준, 지역협회와 현장 축구인의 참여 비율이 개혁의 실효성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