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SN KOREA 송동섭 기자 |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안방에서 치르고도 16강에서 탈락한 미국이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과 다시 4년을 동행한다.
미국축구협회는 3일 포체티노 감독과 계약을 연장했다고 발표했다. 새로운 계약 기간은 2030년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 월드컵까지다.
표면적인 결과만 보면 재계약은 의외의 결정이다. 미국은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벨기에에 1-4로 완패해 16강에서 탈락했다. 홈 이점을 등에 업고 역대 최고 성적을 기대했던 미국 축구계에는 만족하기 어려운 결과였다.
그러나 미국축구협회는 한 경기의 실패보다 포체티노 감독 체제에서 나타난 변화와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미국은 조별리그에서 파라과이와 호주를 꺾고 조 1위로 32강에 진출했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를 2-0으로 제압한 뒤 벨기에를 만났다. 대회를 우승권 성적으로 마치지는 못했지만 월드컵 한 대회에서 미국 대표팀 역사상 가장 많은 3승을 거뒀다.
포체티노 감독은 2024년 9월 그레그 버홀터 감독의 후임으로 부임했다. 토트넘 홋스퍼를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으로 이끌었고 파리 생제르맹과 첼시를 지휘한 경력이 영입의 배경이 됐다.
부임 초기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미국은 2025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 네이션스리그에서 4위에 그쳤고 골드컵 결승에서도 패했다. 강팀을 상대로 수비 조직력이 무너지면서 포체티노 감독의 고액 연봉과 지도력이 동시에 도마 위에 올랐다.
월드컵 직전에도 우려가 이어졌다. 미국은 지난 3월 평가전에서 벨기에에 2-5로 패한 뒤 포르투갈에도 0-2로 졌다. 하지만 본선에서는 강한 전방 압박과 빠른 공수 전환을 앞세워 조별리그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포체티노 감독은 대표팀 내부에 안착해 있던 경쟁 구도를 흔들었다. 유럽 무대에서 뛰는 이름값 있는 선수라도 몸 상태와 전술 적합성이 떨어지면 선발을 보장하지 않았다. 새로운 선수들을 지속해서 점검하며 대표팀의 경쟁 문화를 바꾸는 데 집중했다.
월드컵에서 드러난 한계도 분명했다. 미국은 벨기에와의 16강전에서 압박을 벗겨내는 상대의 패스 전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후방 실수까지 겹치면서 수비 조직이 무너졌다. 전술적 완성도와 선수층 모두 세계 정상권과 격차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런데도 미국축구협회는 감독 교체보다 체제의 연속성을 선택했다. 포체티노 감독이 대표팀을 맡은 기간이 월드컵 개막을 기준으로 2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됐다. 2030년까지 온전한 준비 기간을 주고 자신의 축구를 완성하도록 하겠다는 판단이다.
새 계약에서 포체티노 감독의 역할은 성인 대표팀 운영에 그치지 않는다. 유소년 선수 육성과 지도자 교육, 프로리그와의 협력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대표팀 감독을 단순한 경기 지휘자가 아니라 국가대표 시스템 전반을 설계하는 책임자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미국의 결정이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대표팀 감독이 두 번째 월드컵 주기에도 선수단에 긴장감과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기는 쉽지 않다. 버홀터 감독도 첫 번째 임기를 마친 뒤 재선임됐지만 2024 코파 아메리카 조별리그 탈락으로 경질됐다.
포체티노 감독이 과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복귀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유럽 명문 구단의 제안이 들어올 경우 2030년까지 계약을 지킬 수 있느냐는 의문이 남는다.
미국축구협회는 월드컵 16강 탈락이라는 결과를 인정하면서도 대표팀의 경기 방식과 선수층, 감독에게 주어진 준비 기간을 함께 평가했다. 감독을 유임하려면 명확한 근거와 차기 대회의 성과 목표, 장기적인 선수 육성 계획을 공개해야 한다는 점도 보여줬다.
포체티노 감독에게 2030년 월드컵은 사실상 최종 평가대가 된다. 더 이상 준비 기간이 부족했다는 설명은 통하기 어렵다. 미국축구협회도 막대한 비용을 들여 선택한 장기 프로젝트가 구체적인 성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부담을 떠안았다.
미국의 재계약 결정은 실패를 눈감아 준 선택이라기보다 한 번 구축한 축구 철학을 쉽게 폐기하지 않겠다는 판단에 가깝다. 연속성이 발전으로 이어질지, 익숙함과 정체로 귀결될지는 포체티노 감독이 앞으로 4년 동안 만들어낼 선수와 경기력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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