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SN KOREA 송은하 기자 | 72년 만에 부활한 미국 여자프로야구리그에서 한국 선수들의 첫 맞대결이 성사됐다.
내야수 박주아가 속한 샌프란시스코 파이어벨스와 포수 김현아의 보스턴 헌터스는 3일 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 로빈 로버츠 스타디움에서 2026 여자프로야구리그 정규시즌 첫 맞대결을 펼쳤다.
박주아는 샌프란시스코의 9번 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3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11대 3 승리를 이끌었다.
하위 타순에 배치됐지만 득점 기회에서 집중력을 발휘했다. 미국 프로무대 첫 경기부터 멀티히트와 타점을 동시에 올리며 공격과 수비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보스턴의 5번 타자 겸 우익수로 나선 김현아는 2타수 무안타에 볼넷 1개를 기록했다. 안타는 생산하지 못했지만 출루 이후 두 차례 홈을 밟아 득점에 기여했다.
국가대표팀에서 주로 포수를 맡은 김현아는 이날 우익수로 출전했다. 원래 포지션이 아닌 외야 수비까지 소화하며 프로리그에서 요구되는 활용 가능성을 보여줬다.
두 선수의 맞대결은 한국 여자야구 선수들이 해외 프로리그에서 상대 팀 선수로 출전한 첫 코리안 더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박주아는 2025년 11월 열린 WPBL 초대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33순위로 샌프란시스코의 지명을 받았다. 김현아는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보스턴에 선발됐다.
여자야구 국가대표팀의 에이스 김라경도 뉴욕 하이츠 소속으로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김라경은 전날 로스앤젤레스 퀸즈와의 개막전에 등판해 4이닝 동안 2피안타 4볼넷 4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초대 드래프트에서는 김현아와 김라경, 박주아를 비롯해 내야수 박민서까지 한국 선수 4명이 지명됐다. 드래프트 이후 진행된 팀별 선수단 조정을 거쳐 김현아와 김라경, 박주아가 원년 개막 무대를 밟았다.
WPBL은 1943년부터 1954년까지 운영된 올아메리칸 걸스 프로야구리그 이후 미국에서 처음 출범한 여자 프로야구리그다. 영화 그들만의 리그의 배경이 된 과거 리그가 해산한 지 72년 만에 여자 선수들을 위한 프로야구 무대가 다시 마련됐다.
원년 리그에는 뉴욕 하이츠, 로스앤젤레스 퀸즈, 샌프란시스코 파이어벨스, 보스턴 헌터스 등 4개 구단이 참가한다. 정규시즌은 팀당 15경기이며 모든 경기는 7이닝제로 열린다.
경기 장소는 관중 5천200명을 수용하는 로빈 로버츠 스타디움으로 통합했다. 리그 초기 운영비와 이동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선수와 중계 역량을 한곳에 집중하기 위한 선택이다.
WPBL은 ESPN과 스크립스 스포츠 네트워크를 통해 원년 시즌 경기를 미국 전역에 중계한다. 리그의 장기적인 정착 여부는 경기력과 흥행뿐 아니라 중계 시청자 확보, 후원 확대, 연고 지역과의 연결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한국은 아직 정식 여자 프로야구리그가 없다. 국내 선수들은 국가대표팀과 동호인 중심의 제한된 환경에서 훈련과 생업을 병행해 왔다.
WPBL 진출은 한국 여자야구 선수에게 처음으로 지속적인 프로 경력을 설계할 수 있는 진로를 열었다는 의미가 있다.
박주아의 멀티히트와 김현아의 득점, 김라경의 선발 등판은 개인 기록을 넘어 한국 여자야구가 세계 프로무대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원년 시즌에서 세 선수가 안정적으로 출전 기회를 확보한다면 국내 여자야구 선수들의 해외 진출과 유소년 선수 유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Getty Imag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