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SN KOREA 송동섭 기자 | 유럽축구연맹(UEFA)이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을 스위스 사법당국에 형사 고발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쟁점은 FIFA가 남녀 월드컵을 포함한 주요 대회의 상업적 권리를 새로운 법인에 넘긴 뒤 일부 지분을 외부 투자자에게 매각하려 했던 ‘FIFA 포워드 엔터프라이즈’ 계획이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UEFA는 27일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과 플로리다 남부연방법원에 증거개시를 요청하는 서류를 제출했다.
UEFA는 미국 법원을 통해 FIFA의 현지 법인과 뉴욕 투자회사 스라이브 캐피털 매니지먼트(Thrive Capital Management)가 보유한 문서와 관계자 증언을 확보하려 한다.
미국 법원에 제출된 자료는 인판티노 회장과 일부 FIFA 관계자를 상대로 스위스에서 제기할 수 있는 형사 절차의 증거로 활용될 전망이다.
UEFA 법률대리인은 56쪽 분량의 신청서에서 인판티노 회장과 일부 FIFA 관계자의 행위가 스위스 형법상 ‘범죄적 부실 경영’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 법체계의 배임과 유사한 개념이다.
다만 현재 단계는 형사 고발을 준비하며 증거 확보를 요청한 것으로, 인판티노 회장이 기소되거나 유죄 판단을 받은 것은 아니다. (스위스 형법 제158조)
논란의 FFE 계획은 FIFA의 상업 운영과 남녀 월드컵, 클럽 월드컵 등 주요 대회를 담당하는 별도 법인을 설립하는 방안이었다.
인판티노 회장이 제안한 구조에 따르면 외부 투자자들은 42억 달러를 투자해 FFE 지분 20%를 확보할 수 있었다. 해당 거래에서 산정된 전체 기업가치는 약 200억 달러였다.
주요 투자 후보로는 조슈아 쿠슈너가 설립한 스라이브 캐피털이 거론됐다. 조슈아 쿠슈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의 동생이다.
UEFA는 42억 달러라는 투자 금액이 FIFA의 주요 대회와 상업권 가치를 지나치게 낮게 평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UEFA가 미국 법원에 낸 서류에는 해당 가격이 공개 경쟁입찰을 거치지 않았고 독립적인 외부 가치평가도 받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UEFA는 약 20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라고 표현했다.
절차의 투명성도 핵심 쟁점이다. UEFA는 인판티노 회장과 소수의 측근이 1년 이상 계획을 추진하면서 FIFA 평의회와 대륙별 축구연맹, 211개 회원국 협회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FIFA 정관상 주요 상업권의 관리와 활용 방향은 FIFA 평의회의 권한에 해당한다. UEFA는 인판티노 회장이 내부 의사결정 구조를 우회해 사업을 추진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FFE 계획은 지난 7월 말 공개된 직후 각 대륙 축구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UEFA와 55개 회원국 협회는 계획이 철회되지 않으면 FIFA 주관 대회 참가를 거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과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도 공식적인 협의와 투명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8월 1일 FFE 계획을 철회했다. 그는 “이 사업이 분열을 초래했고 당초 목표를 달성하는 데 더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추진 중단을 발표했다.
FIFA는 이후 211개 회원국 협회에 서한을 보내 사업 추진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내부 검토도 약속했다.
UEFA는 FIFA가 해당 사업을 영구적으로 폐기했다는 서면 보증을 제공함에 따라 유럽 국가대표팀의 FIFA 대회 불참 계획을 잠정 중단했다.
그러나 법적 대응은 별도로 이어가기로 했다. UEFA는 FIFA가 스스로를 조사하는 방식으로는 사건의 책임과 의사결정 과정을 객관적으로 규명하기 어렵다며 독립적인 외부 조사를 요구했다.
이번 미국 법원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UEFA는 FFE 사업의 기획과 가치평가, 투자자 선정, 승인 과정에 관한 문서와 전자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 조슈아 쿠슈너 등 관계자에 대한 증언 요청도 가능해진다.
스라이브 캐피털과 쿠슈너는 현재 UEFA가 검토하는 스위스 형사 절차의 직접적인 고발 대상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UEFA는 투자 과정과 FIFA 내부 의사결정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이들이 보유한 자료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FIFA와 인판티노 회장 측은 UEFA의 법원 신청과 관련한 현지 언론의 질의에 즉각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번 사태는 중단된 투자사업의 적정성을 넘어 FIFA의 의사결정 구조와 인판티노 회장의 권한을 둘러싼 문제로 확대됐다.
인판티노 회장은 2027년 FIFA 회장 선거에서 연임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 UEFA는 FIFA의 지배구조 개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치적·제도적·법적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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