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SN KOREA(티에스엔코리아) 김민제 기자 |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조차 확정하지 못했지만, 정작 MLB 현장에서는 가을야구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복병’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스포팅뉴스(The Sporting News)는 15일(한국시간) ESPN 제시 로저스가 MLB 구단 임원과 스카우트 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인용해 샌디에이고가 내셔널리그(NL) 포스트시즌의 대표적인 ‘슬리퍼(Sleeper·숨은 강팀)’로 꼽혔다고 전했다.
조사에 참여한 14명 가운데 절반인 7명이 샌디에이고를 선택했다. 아직 와일드카드 경쟁을 벌이는 팀을 두고 MLB 관계자들이 포스트시즌 장기 레이스 후보로 지목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평가의 핵심은 단기전에 최적화된 마운드다.
샌디에이고는 트레이드 시장을 통해 선발진을 대폭 보강했다. 마이클 킹(Michael King)을 중심으로 사이영상 수상 경력이 있는 좌완 로비 레이(Robbie Ray), 케이시 미즈(Casey Mize) 등이 포스트시즌 선발진을 구성할 수 있다.
MLB닷컴 역시 샌디에이고의 이상적인 포스트시즌 선발진으로 킹, 레이, 닉 피베타(Nick Pivetta), 미즈를 꼽았다. 여기에 조 머스그로브(Joe Musgrove), 워커 뷸러(Walker Buehler), 랜디 바스케스(Randy Vásquez)까지 활용할 수 있어 선발 자원의 양과 질이 시즌 초반보다 크게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불펜은 샌디에이고가 더욱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영역이다.
강속구 마무리 메이슨 밀러(Mason Miller)가 뒷문을 지키고 아드리안 모레혼(Adrian Morejon)이 핵심 셋업맨으로 버티고 있다. 브래즐리 로드리게스(Bradgley Rodriguez)와 일본인 좌완 마쓰이 유키(Yuki Matsui)까지 가세하면서 경기 중후반을 책임질 수 있는 투수층도 두꺼워졌다.
샌디에이고 불펜은 이달 초 기준 3.5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고,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fWAR) 7.6으로 MLB 전체 1위를 달렸다. 단기전에서는 선발투수가 5~6이닝만 버텨도 강력한 불펜을 조기에 투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스포팅뉴스가 전한 아메리칸리그(AL) 스카우트의 평가도 같은 맥락이다. 샌디에이고가 주목받는 이유로 주축 선수들의 경기력 회복과 트레이드 마감시한에 이뤄진 전력 보강이 동시에 거론됐다. 특히 미즈와 레이를 확보하면서 포스트시즌에서 활용할 수 있는 선발 카드가 늘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타선의 상승세도 ‘가을의 복병’이라는 평가에 힘을 보태고 있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Fernando Tatis Jr.)가 장타력을 되찾고 있고 잭슨 메릴(Jackson Merrill)의 방망이도 살아났다. 타이 프랑스(Ty France) 역시 중심 타선에 힘을 더하고 있다.
메릴의 최근 상승세는 특히 가파르다. 지난 10일 워싱턴 내셔널스전에서는 5타수 4안타에 홈런 2개와 3루타를 터뜨리며 6타점을 쓸어 담았다. 샌디에이고는 당시 9-2로 승리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팀 분위기도 시즌 막판 최고조에 올라 있다.
샌디에이고는 15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6-4로 꺾고 3연전을 모두 쓸어 담았다. 최근 7연승이다. 타티스 주니어는 4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을 기록했고 매니 마차도(Manny Machado)는 시즌 27호 홈런을 터뜨렸다.
7연승을 달린 샌디에이고는 81승68패를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마지막 와일드카드 자리를 지켰다. 경쟁자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격차도 2.5경기로 벌렸다.
다만 가장 중요한 전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해야 한다.
샌디에이고와 애리조나의 경쟁은 정규시즌 마지막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두 팀은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정규시즌 마지막 3연전을 치른다. 시즌 상대전적까지 팽팽한 만큼 이 시리즈가 사실상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MLB 관계자들이 샌디에이고를 주목하는 이유는 정규시즌 순위와 포스트시즌 경쟁력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기전에서는 확실한 선발투수와 강력한 불펜, 중심타선의 장타력이 승부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샌디에이고는 시즌 막판 이 세 가지 조건을 동시에 갖춰가고 있다.
특히 킹과 레이 등 선발진이 경기 초반을 버티고 밀러와 모레혼을 중심으로 한 불펜이 리드를 지킨다면 상대팀 입장에서는 후반 역전 기회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타티스 주니어와 마차도, 메릴 등이 장타를 생산한다면 와일드카드로 진출하더라도 상위 시드 팀을 위협할 전력이 된다.
샌디에이고가 아직 월드시리즈 우승 후보의 최상단에 있는 것은 아니다. 포스트시즌 진출권부터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7연승과 마운드의 깊이, 중심타선의 회복세를 고려하면 ‘포스트시즌에만 올라가면 상대하기 싫은 팀’이라는 평가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샌디에이고가 애리조나의 추격을 뿌리치고 가을야구 티켓을 확보한다면, 와일드카드 막차를 탄 팀이 내셔널리그 판도를 뒤흔드는 시나리오도 더 이상 이변으로만 볼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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