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N KOREA(티에스엔코리아) 송동섭 기자 | 한국 18세 이하(U-18) 야구대표팀이 8년 만에 아시아 정상을 탈환했다.
정윤진 감독이 이끄는 한국 U-18 팀의 우승은 강력한 에이스를 중심으로 한 마운드 운용과 주루 압박, 수비 집중력, 그리고 승부처에서 상대의 실수를 놓치지 않는 경기 운영이 결합된 결과였다.
한국은 지난 13일 대만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제14회 아시아야구연맹(BFA·Baseball Federation of Asia) U-18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일본을 2-0으로 꺾었다.
조별리그부터 슈퍼라운드, 결승까지 6경기를 모두 이기며 2018년 이후 8년 만에 우승컵을 되찾았다. 일본 야구대표팀 공식 사이트도 한국의 우승과 일본의 준우승을 확인했다.
한국의 우승 원인을 압축하면 ‘확실한 에이스와 단기전에 최적화된 야구’로 정리할 수 있다.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역시 '하현승'이었다.
부산고 왼손 투수 하현승은 결승에서 7이닝 동안 89개의 공을 던져 일본 타선을 1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봉쇄했다. 일본은 6회 2사 후 후쿠시마 히나타가 때린 안타가 이날 기록한 유일한 안타였다.
특히 하현승의 투구는 단순한 구속 경쟁이 아니었다.
150㎞를 넘나드는 빠른 공에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조합하면서 일본 타자들의 타이밍을 흔들었다. 1회 선두타자에게 볼넷을 허용하고 5회에도 볼넷을 내줬지만 모두 병살로 위기를 제거했다. 주자가 나가도 투구 패턴이 무너지지 않았다는 점이 결승전 완봉의 핵심이었다.
더 주목할 부분은 일본이 이미 하현승을 한 차례 경험했다는 점이다.
하현승은 11일 슈퍼라운드 일본전에서도 5회부터 등판해 3이닝 동안 9명의 타자를 모두 잡았다. 탈삼진은 5개였다. 한국은 이 경기에서 일본을 3-2로 꺾었다. 일본 대표팀도 당시 하현승을 상대로 주자를 한 명도 내보내지 못한 것이 패배의 결정적인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고 평가했다.
일본은 불과 이틀 뒤 결승에서 하현승을 다시 만났지만 해법을 찾지 못했다.
이는 이번 한일전의 중요한 분석 지점이다. 일반적으로 단기 국제대회에서는 한 차례 상대했던 투수를 다시 만나면 타자 쪽의 대응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하현승은 두 번째 맞대결에서도 일본 타선을 압도했다. 구속뿐 아니라 제구와 변화구 완성도, 위기관리 능력에서 또래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대회 전체 기록은 더욱 압도적이다.
하현승은 대만과의 조별리그에서 5⅔이닝 2피안타 1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일본과의 슈퍼라운드에서는 3이닝 퍼펙트에 5탈삼진을 기록했고 결승에서는 7이닝 1피안타 8탈삼진 완봉승을 거뒀다.
세 경기를 합치면 15⅔이닝 3피안타 25탈삼진 무실점이다. 3경기에서 모두 승리투수가 됐고 평균자책점은 0이었다. 하현승은 대회 최우수선수(MVP)와 최우수 평균자책점, 승률 부문에서 정상에 올랐다.
한국이 우승한 두 번째 이유는 ‘필요한 점수를 만드는 능력’이었다.
결승 스코어는 2-0이었다. 타선이 일본 마운드를 압도한 경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한국은 상대가 흔들린 순간 정확하게 점수로 연결했다.
2회 장민제가 장타로 득점권에 진출하면서 일본 수비를 압박했고 이후 주루 과정에서 일본 포수의 송구 실책이 나오면서 선취점을 얻었다. 5회에도 남현우와 우주로가 출루한 뒤 일본 수비의 실책을 틈타 주자를 진루시켰고 조희성이 적시타를 때려 2-0으로 벌렸다. 대만 중앙통신(CNA) 보도 역시 한국이 일본의 수비 실수를 득점으로 연결한 장면을 승부의 핵심으로 짚었다.
결승에서 나온 두 점에는 이번 대표팀 야구의 특징이 담겨 있다.
장타에만 의존하지 않고 출루와 진루, 주루 압박을 통해 상대 수비에 판단을 요구했다. 청소년 국제대회에서는 수비와 송구의 작은 흔들림이 실점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파고들었다.
세 번째는 마운드 중심의 '단기전 운영'이다.
한국은 대만과 일본이라는 우승 경쟁국을 상대로 하현승을 집중적으로 활용했다. 하현승의 세 차례 등판 상대가 대만, 일본, 일본이었다는 사실 자체가 대표팀의 전략을 보여준다.
약체를 상대로 에이스의 이닝을 소비하지 않고 우승 경쟁의 분수령이 되는 경기에 최고 투수를 투입했다. 특히 슈퍼라운드 일본전에서 하현승을 불펜으로 투입해 3-2 역전승을 지킨 뒤 결승에서 다시 선발 카드로 사용했다.
정윤진 감독은 결승 후 대만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하현승이 타이베이돔에서 직접 경기를 끝내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다고 설명했다. 대표팀이 실제 함께 훈련한 기간은 11일 정도에 불과했지만 선수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는 운영도 효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네 번째는 일본 야구의 강점을 역으로 차단했다는 점이다.
일본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홍콩을 18-0, 스리랑카를 27-0, 필리핀을 15-0으로 꺾었다. 세 경기에서 60점을 기록하며 강력한 공격력을 보였다. 슈퍼라운드에서도 개최국 대만을 2-1로 꺾었다.
그러나 한국을 상대로는 달랐다.
일본은 슈퍼라운드에서 한국에 2-3으로 패했고 결승에서는 단 한 점도 얻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일본과 두 차례 맞붙어 모두 승리했다. 결승에서는 일본 타선을 1안타로 봉쇄했다.
이는 한국의 우승이 한 경기의 이변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은 조별리그 3승, 슈퍼라운드 2승, 결승전 승리까지 6전 전승으로 대회를 마쳤다. 최종 순위는 한국, 일본, 대만, 필리핀 순이었다. 일본 대표팀 공식 기록에서도 한국은 대회 우승국으로 확인된다.
이번 우승의 의미는 트로피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 청소년 야구가 아시아 최고 수준의 투수를 다시 배출했다는 점과 일본·대만을 상대로 마운드 중심의 국제대회 경쟁력을 확인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특히 하현승은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국제무대에서 입증했다. 일본을 두 차례 상대해 10이닝 동안 단 1안타만 허용하고 실점하지 않았다. 대만전까지 포함하면 15⅔이닝 연속 무실점이다. 일본과 대만 현지 언론이 한국의 우승보다 하현승의 투구를 비중 있게 다룬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이번 결과를 한국과 일본의 전체적인 야구 수준 차이로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
정윤진 감독 역시 한국과 일본, 대만의 전력 차이가 크지 않다는 취지로 평가했다. 청소년 대표팀은 선수 구성과 세대에 따라 전력이 크게 달라지는 특성이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일본은 조별리그에서 압도적인 공격력을 보여줬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확인된 사실은 분명하다.
한국은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가장 좋은 투수를 투입했고, 상대 실수를 득점으로 연결했으며, 리드를 잡은 뒤 이를 끝까지 지켰다. 우승을 결정한 것은 화려한 공격력이 아니라 마운드와 수비, 주루, 경기 운영의 완성도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 왼손 투수 하현승이 있었다.
8년 만의 아시아 정상 탈환은 한국 청소년 야구의 우승이면서 동시에 차세대 에이스의 등장을 아시아 무대에 알린 대회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