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SN KOREA(티에스엔코리아) 박용준 기자 | 테크볼 국가대표 이준석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단에 세 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이준석은 20일 일본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테크볼 남자 단식 결승에서 이라크의 알리 잘릴 메즈헤르 알레야위를 세트 스코어 2-0(12-11, 12-5)으로 제압하고 정상에 올랐다.
이준석의 금메달은 이날 앞서 근대5종 여자 개인전에서 우승한 성승민(한국체대),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합작한 전웅태·이종현·서창완에 이은 한국 선수단의 세 번째 금메달이다.
이번 대회에서 처음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테크볼에서 한국 선수가 따낸 첫 금메달이기도 하다.
초반 0-3 열세 뒤집고 1세트 역전승
테크볼은 곡선형 특수 테이블 위에서 축구공을 주고받는 스포츠다. 축구의 기술과 풋살, 탁구 등의 요소가 결합된 종목으로 2012년 헝가리에서 고안됐으며, 2017년 국제테크볼연맹(FITEQ)이 창설되면서 국제 스포츠로 본격적인 발전을 시작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남자 단식과 남자 복식(이준석·이태빈), 혼합 복식(김은준·장은서) 등 3개 종목에 출전했다. 이 가운데 이준석이 유일하게 시상대에 오르며 한국 테크볼의 첫 아시안게임 메달을 금빛으로 장식했다.
결승 초반 이준석은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서브 실수가 잇따르면서 0-3으로 끌려갔지만, 이후 차분하게 경기 흐름을 되찾았다.
상대의 실수를 유도하는 영리한 플레이로 점수를 쌓은 이준석은 5-9에서 힘을 뺀 공격으로 득점한 뒤 두 팔을 들어 올리는 세리머니를 펼치며 분위기를 바꿨다.
흔들리기 시작한 상대를 상대로 연속 득점을 만들어낸 이준석은 10-9로 역전에 성공했다.
11-11 동점 상황에서는 강한 공격으로 결정적인 점수를 따내며 첫 세트를 12-11로 가져왔다.
2세트까지 압도…첫 아시안게임 금메달
2세트에서는 이준석의 집중력이 더욱 빛났다.
3-2에서 상대의 연이은 실수를 놓치지 않고 점수를 쌓아 6-2로 달아났다. 이후 강력한 공격을 성공시킨 뒤 승리를 직감한 듯 포효하며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준석은 이후에도 흐름을 내주지 않았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과 정확한 공격을 앞세워 점수 차를 계속 벌렸고, 결국 12-5로 2세트를 마무리하며 세트 스코어 2-0 완승을 완성했다.
축구 선수에서 테크볼 국가대표로…돌고 돌아 이룬 태극마크의 꿈
이준석의 금메달은 순탄치 않았던 선수 인생 끝에 만들어낸 결실이다.
27세의 이준석은 초등학교 때 축구를 시작하며 태극마크를 꿈꿨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월드컵 무대에 서는 것이 목표였지만 치열한 경쟁을 뚫지 못했다.
21세 때 성인 4부리그 격인 K4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마친 그는 이후 족구로 종목을 바꿨다. 그러나 족구에서도 국가대표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종목이 테크볼이었다.
생업과 테크볼 선수 생활을 병행하던 이준석은 올해 2월 테크볼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는 소식을 접한 뒤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계약직 생산직원으로 근무하던 대기업에 사표를 내고 테크볼 훈련에 전념했다.
진천선수촌도 없었다…사비 들여 헝가리까지
테크볼 대표팀의 준비 과정은 다른 국가대표 종목과 달랐다.
대표팀은 진천선수촌에 입촌하지 못한 채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대회를 준비해야 했다.
이준석은 부족한 훈련 환경을 스스로 채우기 위해 직접 해외로 향했다. 대회를 앞두고 사비를 들여 헝가리를 찾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현지 선수들에게 직접 연락해 개인 지도를 받기도 했다.
그에게는 반드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었다.
이준석은 "처음 테크볼을 시작했을 때 어머니가 없는 살림에도 200만원의 거금을 들여 테크볼 테이블을 사주셨다"며 "어머니를 생각하며 이번 대회를 준비했고, 반드시 메달을 따겠다는 집념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회에서 메달을 따면 테크볼이라는 종목을 널리 알릴 수 있고, 나처럼 생업을 포기하고 뛰어든 동료들이 걱정 없이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조별리그 전승부터 결승까지…끝내 금메달
이준석은 조별리그에서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무실세트 전승으로 8강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19일 열린 준결승에서는 쿠웨이트의 자이드 에이단이 경기 도중 왼쪽 허벅지 근육 파열 부상으로 기권하면서 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그리고 결승에서 이라크의 알레야위를 상대로 초반 열세를 뒤집고 2-0 승리를 거두며 마침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축구공을 다루던 무대는 축구장보다 훨씬 작은 테크볼 테이블로 바뀌었지만, 태극마크를 향한 이준석의 꿈과 메달을 향한 집념은 작아지지 않았다.
이준석의 금메달은 한국 테크볼의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이자, 오랜 시간 태극마크를 꿈꿔온 한 선수의 도전이 만들어낸 결실로 기록됐다.
사진= Getty Images TSNKOREA A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