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N KOREA(티에스엔코리아) 김민제 기자 | 한국 e스포츠를 대표하는 베테랑 선수들이 개최국 일본을 꺾고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정상에 올랐다. 평균 연령 41.3세의 세 선수가 만들어낸 금메달이었다.
이광노(44·더 킹 오브 파이터즈 15), 배재민(41·철권 8), 연제길(39·스트리트 파이터 6)로 구성된 한국 대표팀은 26일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시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e스포츠 대전 격투 단체전 결승에서 일본을 5-2로 제압했다.
대전 격투 단체전은 스트리트 파이터 6(Street Fighter 6), 철권 8(Tekken 8), 더 킹 오브 파이터즈 15(The King of Fighters XV) 등 서로 다른 세 종목을 하나의 국가대항전으로 묶은 복합 종목이다.
첫 경기는 동전 던지기로 정하고 이후에는 직전 세트를 패한 팀이 다음 종목을 선택한다. 결승은 5개 세트를 먼저 따낸 팀이 승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카자흐스탄과 홍콩을 각각 3-0으로 꺾고 D조 1위로 8강에 진출했다. 8강에서는 대만을 3-0, 준결승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를 3-1로 제압했다.
결승 초반은 일본의 흐름이었다. 연제길이 1세트 스트리트 파이터 6에서 히구치 고지로에게 1-2로 패했다. 이광노가 2세트 더 킹 오브 파이터즈 15에서 사와다 아키히토를 2-1로 꺾어 균형을 맞췄지만 배재민이 3세트 철권 8에서 나카야마 다이치에게 1-2로 밀렸다.
한국의 중심을 잡은 선수는 맏형 이광노였다. 이광노는 4세트에서 사와다를 2-0으로 완파하며 세트 스코어를 2-2로 만들었다. 일본으로 넘어갈 수 있던 흐름을 다시 원점으로 돌린 승리였다.
전환점은 5세트 철권 8이었다. ‘무릎(Knee)’이라는 닉네임으로 세계 격투 게임계에 알려진 배재민은 주력 캐릭터 브라이언을 앞세워 나카야마를 2-1로 제압했다. 한국은 결승에서 처음으로 3-2 리드를 잡았다.
연제길은 6세트 스트리트 파이터 6에서 히구치와 다시 만나 2-0 완승을 거뒀다. 첫 세트 패배를 완벽하게 설욕하며 한국을 우승까지 한 세트만 남은 상황으로 이끌었다.
마지막 승부는 다시 배재민이 책임졌다. 배재민은 7세트 철권 8에서 나카야마를 2-0으로 꺾고 금메달을 확정했다. 한국은 2-2 동점 이후 세 세트를 연속으로 가져오며 5-2 역전승을 완성했다.
일본은 히구치 고지로, 나카야마 다이치, 사와다 아키히토 등 종목별 정상급 선수들을 내세웠지만 한국 베테랑들의 집중력을 넘지 못했다.
이번 우승은 선수들의 오랜 경험과 국가대표 지원 체계가 결합한 결과로 분석된다. 세 선수는 국가대표 선수촌 합숙을 통해 불규칙했던 생활 습관을 바꾸고 체력 훈련과 물리치료를 병행했다.
배재민은 “우리도 40대지만 해냈다. 40대들이 이 모습을 보고 힘을 받았으면 좋겠다”면서 "새벽까지 게임을 하던 생활 패턴을 선수촌에서 바로잡았고, 물리치료를 통해 만성적인 통증을 관리하면서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광노도 선수촌의 물리치료와 컨디션 관리가 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50대가 넘어서도 선수 생활을 계속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연제길은 "이광노가 자신의 경기를 모두 잡아주고 배재민이 마지막 공격을 성공시킨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동료들의 활약에 공을 돌렸다. 또한, 훈련 기간 재택근무를 하며 자녀를 돌본 아내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격투 게임은 순간적인 반응 속도뿐 아니라 상대의 습관을 읽는 분석력과 장시간 긴장을 유지하는 집중력이 요구된다. 이번 우승은 나이가 경기력의 일방적인 한계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오랜 실전 경험과 체계적인 체력 관리가 결합하면 베테랑 선수도 국제 종합대회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e스포츠에서 김영찬의 그란 투리스모 7(Gran Turismo 7) 동메달과 강동신의 뿌요뿌요 챔피언스(Puyo Puyo Champions) 은메달에 이어 대전 격투 단체전 금메달을 추가했다.
세 베테랑은 한국 e스포츠 선수단에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안기며 대전 격투 단체전 초대 챔피언으로 이름을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