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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농구, 일본 꺾고 12년 만에 아시아 정상…‘11명이 만든 금빛 반전’

박지수·박지현 없이도 해냈다…한국 여자농구, 중국·일본 연파하고 금메달
결승서 일본 75-70 제압…2014 인천 대회 이후 통산 5번째 금메달


TSN KOREA(티에스엔코리아) 송은하 기자 | 한국 여자농구가 핵심 전력의 공백과 11명이라는 제한된 엔트리를 극복하고 12년 만에 아시안게임 정상에 복귀했다.

 

단순한 금메달을 넘어 최근 국제무대에서 이어졌던 중국과 일본전 연패를 한 대회에서 모두 끊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박수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은 26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결승에서 개최국 일본을 75-70으로 제압했다.

 

2014년 인천 대회 이후 12년 만의 우승이자 한국 여자농구의 아시안게임 통산 5번째 금메달이다. 해외 개최 아시안게임 우승은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32년 만이다.

 

결승의 중심에는 이해란과 주장 강이슬이 있었다. 이해란은 양 팀 최다인 24점을 올렸고 강이슬은 21점 7리바운드로 공격을 이끌었다. 한국은 3점슛 성공률 39%, 전체 야투 성공률 44%를 기록했다. 일본은 3점슛 성공률 21%, 야투 성공률 37%에 그쳤다.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일본을 강하게 압박했다. 1쿼터를 27-15로 앞서며 주도권을 잡았다. 적극적인 스위치 수비와 빠른 공수 전환으로 일본의 외곽 공격을 제어했고 공격에서는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득점을 쌓았다.

 

일본은 한때 19점 차까지 벌어진 격차를 후반 들어 빠르게 좁혔다. 종료 32.6초를 남기고 한국이 72-68로 앞선 상황에서 일본이 다시 추격했고, 종료 직전에는 72-70까지 따라붙었다. 승부가 다시 한 번 흔들릴 수 있는 순간이었다.

 

마지막 고비를 넘긴 선수는 주장 강이슬이었다. 일본의 파울 작전으로 자유투 라인에 선 강이슬은 종료 14초를 남기고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시키며 74-70으로 격차를 벌렸다. 이어 이해란이 자유투 1개를 추가하면서 75-70으로 승부를 끝냈다.

 

이번 우승의 의미는 결과보다 과정에서 더 뚜렷하게 드러났다.

 

한국은 대표팀의 핵심 전력인 박지수와 박지현 없이 대회를 치렀다. 박지수는 발목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고 미국여자프로농구에서 뛰는 박지현도 소속팀 일정 때문에 아시안게임에 합류하지 못했다.

 

대표팀 박수호 감독은 여름부터 함께 훈련한 선수들의 조직력을 유지하는 쪽을 선택했고 최종적으로 12명이 아닌 11명으로 대회를 치렀다. 국제대회 연속 출전으로 체력 부담까지 안고 있었지만 기존 선수들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공백을 메웠다.

 

허예은과 강이슬, 이해란, 이소희 등을 중심으로 빠른 트랜지션과 외곽 공격을 강화했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말레이시아를 106-40으로 꺾은 것을 시작으로 몽골과 대만을 연파했고 8강에서는 인도네시아를 101-59로 제압했다.

 

진정한 시험대는 준결승부터였다.

 

한국은 25일 준결승에서 대회 3연패를 노리던 중국을 85-80으로 꺾었다. 이 승리로 중국전 6연패를 끊었다. 특히 장신 센터 장쯔위를 앞세운 중국을 상대로 적극적인 도움 수비와 외곽 공격을 결합해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결승 상대 일본 역시 한국에는 부담스러운 상대였다. 한국은 결승 이전까지 일본과의 맞대결에서 7연패 중이었다. 지난 8월 도쿄에서 열린 두 차례 평가전에서도 일본에 모두 패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연패를 끊었다. 

 

중국전 6연패와 일본전 7연패를 같은 대회에서 끊었다는 점은 이번 금메달의 무게를 더한다. 박지수와 박지현에게 집중됐던 대표팀 전력 구조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번 대회는 한국 농구 전체에도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남자 5대5 대표팀 역시 결승에서 일본을 꺾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2014년 인천 대회 이후 12년 만에 아시안게임 남녀 5대5 농구를 동반 제패했다.

 

여기에 3대3 농구까지 성과를 내면서 한국 농구는 이번 대회에서 세대교체 가능성과 국제 경쟁력을 동시에 확인했다. 여자대표팀의 경우 핵심 스타 두 명이 빠진 상황에서 젊은 선수들이 실전의 중심으로 올라섰다는 점이 특히 주목된다.

 

박수호 감독도 우승 이후 이번 금메달이 한국 여자농구의 새로운 세대에 영향을 주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표팀이 특정 선수 개인의 높이나 득점력에 의존하기보다 압박 수비와 스피드, 패스, 외곽 공격을 결합해 중국과 일본을 연이어 넘어섰다는 점은 향후 대표팀 운영에도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한국 여자농구가 다시 아시아 정상에 섰다. 이번에는 대표팀의 ‘대들보’도, ‘에이스’도 없었다. 대신 11명의 선수가 역할을 나눠 중국과 일본이라는 두 개의 벽을 연속해서 넘었다.

 

12년 만의 금메달은 과거 황금기의 복원이라기보다 새로운 대표팀이 출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에 가깝다. 이제 관건은 아시안게임에서 확인한 조직력과 선수층의 확대를 국제농구연맹(FIBA) 무대의 지속적인 경쟁력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