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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선수 모수민, '쿠라시' 은메달...78㎏급 체급 올려도 결승전

모수민, 아시안게임 첫 은메달 “올림픽은 유도, 아시안게임은 쿠라시로 도전”
쿠라시, 유도와 닮았지만 굳히기 없어

 

 

TSN KOREA(티에스엔코리아) 송은하 기자 | 자신의 주 체급보다 한 단계 높은 무대에 도전한 모수민(20·한국체대)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유도 선수인 모수민이 우즈베키스탄 전통 무예 쿠라시(Kurash)에 도전해 거둔 성과다.

 

모수민은 28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현 무도관에서 열린 대회 쿠라시 여자 78㎏급 결승에서 우즈베키스탄의 포키자혼 카몰디노바에게 패해 은메달을 차지했다.

 

금메달에는 닿지 못했지만 모수민의 도전은 체급부터 남달랐다.

 

한국체대 소속 유도 선수인 모수민의 원래 체급은 70㎏급이다. 그러나 이번 아시안게임 쿠라시 여자부에는 70㎏급이 편성되지 않았다. 여자부가 57㎏급과 78㎏급, 87㎏ 이상급으로 구성되면서 모수민은 한 단계 높은 78㎏급에 도전했다.

 

체중을 78㎏까지 인위적으로 늘려 출전한 것도 아니었다. 사실상 70㎏급 체격으로 자신보다 최대 8∼10㎏가량 무거운 선수들과 맞선 셈이다.

 

모수민은 8강부터 체격 차이를 체감했다고 밝혔다. 상대 선수들이 눈에 띄게 컸지만 유도에서 다져온 기술과 경기 운영 능력을 앞세워 결승까지 올라갔다.

 

결승에서는 쿠라시 종주국 우즈베키스탄의 벽이 높았다.

 

카몰디노바는 큰 체격과 강한 힘을 앞세워 모수민을 압박했다. 모수민도 적극적으로 맞섰지만 체급 차이에서 발생하는 힘의 열세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다.

 

모수민은 경기 뒤 “결승에서 만난 선수의 힘이 정말 셌다”며 아무리 방어해도 막아내기 어려웠다고 돌아봤다.

 

그럼에도 첫 아시안게임 은메달에 대한 만족감은 컸다.

 

모수민은 자신의 체급보다 높은 78㎏급에 도전한다는 데 의미를 두고 출전했다며 체급을 조금 더 체계적으로 준비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지만 은메달 역시 만족스러운 성과라고 밝혔다.

 

쿠라시는 어떤 경기인가

 

쿠라시(Kurash)는 우즈베키스탄을 중심으로 중앙아시아에서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전통 씨름 형태의 무예다. ‘쿠라시’라는 말 자체가 우즈베크어로 씨름 또는 겨루기를 뜻한다.

 

1998년 국제쿠라시협회(International Kurash Association·IKA)가 설립되면서 국제 스포츠로 제도화됐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경기 모습은 유도와 상당히 비슷하다.

 

두 선수가 서 있는 상태에서 상대의 경기복을 잡고 중심을 무너뜨린 뒤 메치기 기술로 넘어뜨리는 것이 기본이다. 상대를 얼마나 정확하고 강하게 등으로 넘어뜨렸는지에 따라 점수가 결정된다.

 

대표적인 득점 판정은 할랄(Khalol), 욤보시(Yonbosh), 찰라(Chala) 등이다.

 

할랄은 유도의 ‘한판’에 가까운 최고 득점이다. 상대를 완전하게 메치는 데 성공하면 할랄이 선언되고 즉시 경기가 끝난다. 욤보시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유효한 메치기에 주어지는 판정이다.

 

유도와 가장 큰 차이는 경기의 중심이 철저하게 ‘서서 메치는 기술’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유도에서는 상대를 넘어뜨린 뒤 누르기와 조르기, 관절기 등 굳히기 기술로 승부를 이어갈 수 있지만 쿠라시에서는 이런 그라운드 공방을 하지 않는다. 선 상태에서 상대를 메치는 과정에 집중하기 때문에 경기 흐름이 빠르고 공격적인 승부가 자주 나온다.

 

바로 이 같은 특성 때문에 유도 선수들이 쿠라시에 비교적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상대의 옷을 잡고 균형을 무너뜨린 뒤 메치는 기본 원리가 유도와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모수민 역시 이런 배경에서 쿠라시와 인연을 맺었다.

 

한국체대 홍승한 교수의 권유로 쿠라시 선발전과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했다. 유도에서 익힌 메치기와 중심 싸움을 쿠라시에 접목했고 결국 아시안게임 결승 무대까지 올라섰다.

 

다만 유도 경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

 

쿠라시 특유의 경기 규칙과 기술 운용에 적응해야 하는 데다 이번 대회에서는 한 체급 높은 선수들을 상대해야 했다. 특히 결승에서는 기술뿐 아니라 절대적인 체중과 힘의 차이가 승부에 영향을 미쳤다.

 

그런 점에서 모수민의 은메달은 향후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

 

모수민은 유도와 쿠라시를 계속 병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유도에서는 올림픽 출전과 세계랭킹 20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쿠라시에서는 다시 아시안게임 무대를 밟아 금메달에 도전하겠다는 구상이다.

 

첫 아시안게임을 은빛으로 마친 스무 살 선수의 시선은 이미 다음 무대로 향하고 있다.

 

“다음에는 더 커져서 오겠다”는 모수민의 말은 단순히 체격을 키우겠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한 체급 위 선수들과 직접 겨루며 확인한 힘과 기술의 차이를 보완해 다시 정상에 도전하겠다는 각오다.

 

유도에서 시작해 쿠라시까지 활동 영역을 넓힌 모수민은 이번 대회에서 국제 종합대회 경쟁력을 확인했다.

 

올림픽은 유도로, 아시안게임은 쿠라시로 도전하겠다는 스무 살 선수의 ‘두 종목 프로젝트’가 이제 첫 메달을 만들어냈다.

 

 

사진= Getty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