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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핸드볼 두 번째 아시안게임 금메달...다음 목표는 LA 올림픽

이계청 감독, “마지막에 애국가 들어 행복”
SK그룹 2008년 말 부터 누적 1천700억원 이상 지원
부상 공백을 신구 조화와 수비 조직력으로 극복…골키퍼 선방도 결정적

 

 

TSN KOREA(티에스엔코리아) 송은하 기자 | 한국 여자핸드볼대표팀이 개최국 일본을 꺾고 8년 만에 아시안게임 정상에 복귀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대표팀을 지휘한 이계청 감독은 두 번째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은 27일 일본 아이치현 이나자와 엔트리오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핸드볼 풀리그 최종전에서 일본을 27-23으로 제압했다.

 

이번 대회 여자핸드볼은 7개 팀이 한 차례씩 맞붙는 풀리그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국과 일본은 나란히 5전 전승을 기록한 상태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사실상 금메달 결정전이었다.

 

한국은 일본전 승리로 6전 전승을 기록해 금메달을 확정했다. 일본은 5승 1패로 은메달, 중국은 4승 2패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여자핸드볼이 아시안게임 정상에 오른 것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이후 8년 만이다. 여자핸드볼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0년 베이징 대회 이후 한국이 획득한 통산 8번째 금메달이다.

 

이계청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았다. 그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마지막에 주인공이 돼 기쁘다”며 “애국가를 마지막에 들을 수 있어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감독에게 이번 금메달은 항저우 대회 패배를 극복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한국은 2014년 인천과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를 연속으로 제패했지만 2023년 열린 2022 항저우 대회 결승에서 일본에 19-29로 완패했다.

 

이 감독은 “대회를 준비할 때부터 부담을 느끼며 훈련했다”며 “항저우에서 일본에 크게 패해 선수들이 많이 힘들어했지만 두 번 다시 같은 패배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금메달이 걸린 마지막 경기에서도 한국은 일본의 거센 추격을 견뎌냈다. 경기 초반 3-3으로 맞선 뒤 연속 득점으로 7-4까지 앞섰지만 일본의 밀집 수비에 막혀 7-7 동점을 허용했다.

 

이계청 감독은 작전시간을 요청해 공격 전개와 수비 위치를 재정비했다. 한국은 이후 경기 흐름을 되찾으며 16-12로 앞선 채 전반을 마쳤다.

 

일본은 후반 한미슬의 2분 퇴장으로 한국이 수적 열세에 놓인 틈을 파고들어 24-22까지 추격했다. 승부처에서는 골키퍼 박새영의 선방이 나왔다. 한국은 일본의 결정적인 슛을 막아낸 뒤 종료 2분 전 26-22로 격차를 벌리며 승기를 굳혔다.

 

주장 권한나는 7골을 넣어 공격을 이끌었다. 류은희가 6골, 김민서가 4골을 보탰다. 골키퍼 박새영은 12개의 세이브를 기록하며 일본의 추격을 차단했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부상 선수들의 공백으로 수비진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감독은 5명의 선수를 번갈아 중앙 수비에 투입하며 체력 부담을 분산했다. 선수 교체를 통해 수비 강도를 유지하고 골키퍼의 선방으로 위기를 넘긴 것이 우승의 핵심 요인이 됐다.

 

이 감독은 “부상 선수가 많아 5명이 돌아가며 중앙 수비를 맡았다”며 “경기마다 위기가 있었지만 골키퍼들이 중요한 순간에 잘 막아줬고 선수들이 일본에 다시는 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하나가 됐다”고 평가했다.

 

신구 조화도 금메달 탈환의 원동력이었다. 36세 베테랑 류은희와 권한나가 중심을 잡았고 김민서 등 젊은 선수들이 빠른 움직임과 적극적인 공격으로 힘을 보탰다.

 

권한나는 항저우 대회에서 받은 상처를 이번 승리로 씻어냈다고 밝혔다. 류은희는 젊은 선수들이 강도 높은 훈련을 견디고 큰 경기에서도 긴장하지 않았다며 세대 간 조화를 우승 배경으로 꼽았다.

 

이 감독은 이번 금메달이 젊은 선수들에게 새로운 동기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8년 만의 금메달이라 개인적으로도 영광스럽다”며 “이번 우승으로 메달리스트 연금 대상이 되는 선수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 젊은 선수들에게 좋은 기회가 생겼고 한국 핸드볼이 다시 도약할 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대표팀의 성과 뒤에는 대한핸드볼협회와 SK그룹의 장기적인 지원도 있었다. SK는 핸드볼협회 회장사로 대표팀 경기력 향상과 국내 핸드볼 기반 확대를 지원해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08년 말 대한핸드볼협회장에 취임한 뒤 핸드볼 전용 경기장 건립과 국가대표 지원, 유소년 육성, 국내 리그 활성화에 투자를 확대했다. SK그룹에 따르면 현재까지 한국 핸드볼에 투입한 지원 규모는 누적 1천700억원 이상이다.

 

2023년에는 기존 실업리그를 개편한 핸드볼 H리그(H League)가 출범했다. 현재 남자부 6개 구단과 여자부 8개 구단이 참가하고 있다.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 운영, 중계 확대와 관중 서비스 개선을 통해 선수들의 경기력과 리그 경쟁력을 높이는 기반이 되고 있다.

 

2025년 2월부터는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대한핸드볼협회장을 맡고 있다. 협회와 SK그룹은 항저우 대회 이후 일본을 비롯한 경쟁국 분석을 강화하고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전문 의료와 심리 관리 프로그램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남자대표팀은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4위로 대회를 마쳤다. 2회 연속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으나 쿠웨이트와 이란 등 중동 강호들과 경쟁하며 아시아 상위권 전력을 확인했다.

 

 

한국 여자핸드볼의 다음 목표는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출전권 확보다. 한국은 1984 로스앤젤레스 올림픽부터 2024 파리 올림픽까지 11회 연속 본선 무대를 밟았다. 2028년 대회 출전권을 따내면 세계 구기 종목 사상 최장인 12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 기록을 세운다.

 

이 감독은 대표팀의 연속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 여자핸드볼이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출전해 12회 연속 본선 무대를 밟을 수 있도록 베테랑 선수들에게도 은퇴하지 말고 책임지고 준비해달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으로 향하는 과정에서도 일본은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가 될 전망이다. 올림픽 직행권 한 장이 걸린 아시아 예선에서 다시 한일전이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한국 여자핸드볼이 아시아 정상의 자리를 되찾았다는 신호다.

 

그러나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베테랑 의존도를 낮추고 젊은 선수들의 국제 경험을 확대해야 한다. 부상 관리와 선수층 확대, 유럽 강호를 상대로 한 실전 경험 축적도 남은 과제다.

 

항저우에서의 10점 차 패배는 3년 만에 아이치에서 4점 차 승리로 바뀌었다. 이계청 감독과 선수들이 강조한 강한 수비, 신구 조화, 패배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한국 여자핸드볼의 금빛 귀환을 이끌었다.

 

 

사진= Getty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