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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희-백하나, 24년 만에 아시안게임 여자복식 금메달

중국 류성수-탄닝에 2-1 역전승…항저우 은메달 아쉬움 설욕
첫 게임 7차례 듀스 끝 패배에도 흔들리지 않은 집중력
세계선수권 31년 만의 우승 이어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석권

 

 

TSN KOREA(티에스엔코리아) 송은하 기자 |  한국 배드민턴 여자복식 세계랭킹 2위 이소희-백하나(이상 인천국제공항)가 세계 1위 중국 조를 무너뜨리고 24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되찾았다.

 

이소희-백하나는 29일 일본 아이치현 이치노미야 시립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복식 결승에서 중국의 류성수-탄닝을 2-1(26-28 21-18 21-18)로 꺾었다.

 

한국이 아시안게임 여자복식 정상에 오른 것은 2002년 부산 대회 라경민-이경원 이후 24년 만이다. 당시 금메달을 획득했던 이경원은 이번 대회 여자복식 대표팀 코치로 참가해 후배들의 우승을 이끌었다.

 

중국은 2006년 도하 대회부터 2022 항저우 대회까지 최근 5차례 아시안게임에서 여자복식 금메달 4개를 가져갔다. 한국 여자복식은 중국의 장기 집권을 끝내며 아시아 정상에 복귀했다.

 

이소희-백하나는 항저우 대회에서도 결승에 올랐지만 중국의 천칭천-자이판에게 패해 은메달에 머물렀다. 두 대회 연속 결승에 진출한 이들은 이번에는 세계랭킹 1위 조를 상대로 역전승을 거두며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승은 두 조의 세계랭킹이 보여주듯 팽팽하게 전개됐다. 이소희-백하나는 첫 게임 초반 중국의 강한 공격을 받아내며 8-8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공격 방향을 바꾸는 스매시와 빈 공간을 겨냥한 연타로 20-18 게임 포인트를 잡았다.

 

그러나 중국이 연속 2득점으로 듀스를 만들었다. 이후 26-26까지 일곱 차례 듀스가 이어졌다. 이소희의 리턴이 라인 밖으로 나간 데 이어 류성수의 스매시가 성공하면서 한국은 첫 게임을 26-28로 내줬다.

 

첫 게임을 놓쳤지만 두 선수의 경기 운영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소희가 후위에서 강한 공격과 넓은 수비 범위로 중심을 잡았고 백하나는 전위에서 빠른 반응과 날카로운 네트 플레이로 중국의 공격 흐름을 차단했다.

 

두 번째 게임에서는 긴 랠리를 견디며 상대의 빈 공간을 공략했다. 중국의 강한 스매시를 연속으로 받아낸 뒤 공격 기회를 만들어 21-18로 승리했다. 게임 점수 1-1로 균형을 맞추며 승부를 마지막 게임으로 끌고 갔다.

 

세 번째 게임에서도 접전이 이어졌다. 이소희-백하나는 12-12에서 연속 실점하며 12-15로 밀렸다. 그러나 수비 집중력을 되찾아 17-16으로 역전했다. 중국이 다시 추격하면서 점수는 18-18이 됐다.

 

마지막 세 점을 결정한 것은 집중력이었다. 이소희-백하나는 상대의 공격을 끈질기게 받아내며 중국의 실수를 유도했다. 이소희의 강한 스매시까지 코트에 꽂히면서 21-18 역전승이 완성됐다.

 

경기 막판에는 양 팀 선수들이 모두 체력적인 한계에 직면했다. 이소희는 오른쪽 허벅지 뒤쪽 근육에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몸을 던져 수비했다. 류성수도 18-18 상황에서 다리 통증으로 코트에 쓰러졌다.

 

이소희-백하나는 상대의 부상 부위를 집중적으로 공략하지 않고 기존 경기 운영을 유지했다. 승부가 끝난 뒤에는 중국 선수들의 상태를 살피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두 선수는 이번 대회 초반 여자 단체전에서 예상치 못한 부진을 겪었다. 단체전 8강과 준결승에서 두 차례 패하며 한국이 동메달에 머무는 과정을 지켜봐야 했다.

 

개인전에 들어서는 호흡과 경기 운영을 빠르게 회복했다. 강한 공격에 맞서 무리하게 정면 승부를 펼치기보다 긴 랠리를 유도하고 상대 수비의 빈 공간을 찾는 방식으로 안정감을 되찾았다.

 

결승 상대인 류성수-탄닝은 올해 이소희-백하나에게 5연승을 거뒀던 강적이다. 두 조의 상대 전적에서도 중국 조가 앞서 있었다. 자칫 일방적인 천적 관계로 굳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전환점은 지난 8월 세계개인배드민턴선수권대회(BWF World Championships)였다. 이소희-백하나는 결승에서 류성수-탄닝을 꺾고 한국 여자복식에 31년 만의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안겼다.

 

세계선수권 우승으로 자신감을 회복한 두 선수는 아시안게임 결승에서도 같은 상대를 다시 제압했다. 올해 초반 5연패를 당했던 세계 1위 조를 가장 중요한 두 대회 결승에서 연달아 꺾으며 전력의 흐름을 바꿨다.

 

이소희는 경기 후 “금메달을 땄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오늘은 120점짜리 경기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백하나는 마지막까지 힘을 짜내 공격하고 넓은 범위를 수비한 이소희의 투혼이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고 평가했다.

 

경기가 끝난 뒤 백하나는 이소희를 등에 업고 코트를 돌았다. 큰 대회에서 우승하면 언니를 업어주겠다는 약속을 금메달 무대에서 지킨 것이다.

 

이소희-백하나는 한때 12주 동안 세계랭킹 1위를 지켰다. 그러나 국제무대에서 중국 조들과 경쟁하며 결정적인 고비를 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번 시즌에는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을 연달아 제패하며 큰 경기에서 강한 조로 자리매김했다. 31년 만의 세계선수권 여자복식 우승에 이어 24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가져오며 한국 여자복식의 두 가지 오랜 숙제를 한꺼번에 풀었다.

 

두 선수의 우승은 한국 여자복식이 다시 세계 정상권에 진입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수비와 공격의 역할을 유기적으로 바꾸는 운영 능력과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이 세계랭킹 1위 중국을 넘어선 원동력이 됐다.

 

 

사진= Getty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