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SN KOREA 스포팅뉴스 (The Sporting News Korea) 김민제 기자 | 한국 축구대표팀이 10월 A매치 평가전을 마치며 정신적 어려움 극복을 최대 수확으로 삼았다. 브라질전에서 0-5 참패를 당했지만, 파라과이와의 경기에서 2-0 완승을 거두며 반전 드라마를 쓰면서 월드컵 본선 경쟁을 앞둔 자신감을 되살렸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0월 두 차례의 평가전을 월드컵 본선 모의 실험 무대로 삼았다. 첫 경기로 ‘삼바 축구’의 본산 브라질을 상대로 나섰지만, 수비 조직이 무너지며 5실점을 허용했고 공격 쪽에서도 유의미한 반격이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나 두 번째 상대 파라과이를 상대로는 베스트 11에서 8명을 바꾸는 변화를 줬고, 전반 15분 엄지성의 결승골과 후반 오현규의 추가골로 2-0 완승을 거두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날 득점에 관여한 선수 모두가 2000년대생이라는 점 또한 세대교체 기조에 색을 더했다.
홍 감독은 파라과이전 직후 “이번 10월 2연전은 본선 조별리그 1·2차전을 대비한 시뮬레이션이었다”며 “패배했을 때의 두려움을 딛고, 반전의 힘을 만드는 게 목적이었다”라고 평가했다.
브라질전에서 드러난 허점을 숨기지 않고 노출시킨 것은 오히려 강점이었다. 홍 감독은 “강팀과의 평가전은 단점이 드러나는 걸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드러난 약점을 고치지 않으면 나중에 치명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표팀은 9월 미국·멕시코 원정 2연전에서 스리백 전술로 나름의 성과를 거뒀지만, 브라질전 완패로 전술적 약점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파라과이전 승리는 단지 점수 이상의 의미였다. 상대 전술 변화에도 흔들림 없이 분위기를 전환시키고, 후반 교체 카드에서 결정력을 발휘한 구성과 전술 운용 모두 성과로 평가된다.
한편, 포트2 유지 여부가 걸린 FIFA 랭킹 경쟁에서도 청신호가 켜졌다. 9월 기준 한국은 약 1,593.19점으로 랭킹 23위에 자리했고 브라질전 패배로 3.44점이 빠졌지만, 파라과이전 승리로 2.08점을 보태며 총 1,591.84점을 기록했다. 풋볼랭킹닷컴 예측에 따르면 한국은 10월 랭킹에서 22위로 한 계단 올라갈 전망이다. 그러나 에콰도르·호주 등과의 격차가 크지 않아, 11월 평가전에서의 결과가 포트2 수성 여부를 가를 결정적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홍명보 감독은 2025년 한 해를 ‘완성형 대표팀 구축의 해’로 정의했다. 지난 6월 월드컵 본선 진출을 조기 확정한 뒤, 7월 동아시안컵에서는 K리거를 중심으로 폭넓은 테스트를 진행했고, 9월과 10월에는 대륙별 강호들과의 평가전을 통해 전술적 다양성과 선수층의 깊이를 실험했다.
홍 감독은 “선수 개인의 능력보다 더 중요한 건 팀이 하나의 방향을 공유하는 것”이라며 “이제는 베스트 11을 확정하고, 서로의 움직임과 역할을 완벽히 이해하는 단계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파라과이전에서 돋보였던 엄지성(스완지시티),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오현규(헹크) 등 2000년대생 공격 트리오는 대표팀의 미래형 2선 구조를 완성할 핵심 자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홍 감독은 이들 젊은 선수들에게 전술적 유연성과 빠른 전환 능력을 강조하며, 기존 주전들과의 조화를 통해 하이프레싱과 점유율 축구라는 방향성을 구체화하고 있다.
스리백 실험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브라질전에서 드러난 불안 요소를 보완하기 위해 11월 평가전에서는 3-4-2-1과 4-2-3-1 병행 운용이 검토되고 있다. 특히 왼쪽 수비라인의 불안정성을 해결하기 위해 김진수, 박민규, 설영우 등 풀백 자원들의 포지션 전환이 예고된다.
12월 6일 열리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은 11월 FIFA 랭킹을 기준으로 포트를 배정한다. 현재 한국은 랭킹 22위로 포트2 잔류 가능성이 높지만, 바짝 뒤쫓는 에콰도르(1,588.82점)와 호주(1,588.25점)에 따라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도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러한 중요성을 감안해 11월 평가전 상대를 월드컵 본선 진출국으로 한정했다. 당초 북·서아프리카 팀들과의 평가전을 추진했으나 일정 조율 문제로 남미 예선 7위 볼리비아와, 아프리카 강호 가나를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두 경기 모두 승리할 경우 포트2 수성은 물론, 포트1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어 홍명보호로서는 실전 감각 유지와 랭킹 방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무대가 된다.

홍명보호의 10월은 단순한 평가전이 아니라 학습과 성장의 시간이었다.
브라질전 완패는 뼈아팠지만, 그것이 파라과이전 반전을 가능케 한 자극제가 됐다. 홍 감독은 “패배를 피하려 하기보다, 패배에서 배워야 강해진다”고 강조했다.
이제 대표팀은 단점 노출 단계에서 벗어나 승리 패턴의 구조화, 즉 상대에 따라 전술을 유연하게 적용하고 정신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팀으로 발전하고 있다.
오는 11월 두 차례 평가전은 그 완성도를 가늠할 마지막 퍼즐이 될 것이다. 한국 축구가 패배의 두려움을 넘어 승리의 습관을 만드는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점에서, 이번 10월은 분명히 월드컵 준비 과정의 분수령으로 기록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