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SN KOREA 박영우 기자 | 잉글랜드 축구의 상징이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토너먼트 대회 중 하나인 FA컵에서 전례 없는 대이변이 발생했다.
2025-26시즌 FA컵 3라운드에서 6부 리그 맥클즈필드 FC가 프리미어리그 소속 크리스털 팰리스를 2-1로 꺾으며 대회 역사에 길이 남을 승리를 거뒀다.
FA컵은 유럽 축구에서 가장 권위 있는 트로피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2025/26시즌은 대회 출범 이후 145번째 시즌으로, 총 747개 팀이 참가했다. 이 가운데 655개 팀이 예선을 치렀고, 124개 팀만이 본선 무대에 올랐다.
이번 결과는 단순한 업셋을 넘어 FA컵 역사상 최대 이변으로 기록됐다. 두 팀 사이의 잉글랜드 축구 피라미드 격차는 무려 117계단으로, 하위 리그 팀이 승리한 사례 가운데 가장 큰 순위 차다.
경기는 맥클즈필드의 홈에서 열렸다. 전반 43분 폴 도슨의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한 맥클즈필드는 후반 15분 아이작 버클리-리케츠의 추가골로 승부의 흐름을 가져왔다. 크리스털 팰리스는 후반 추가시간 예레미 피노의 만회골로 추격했지만 끝내 동점을 만들지 못했다.
크리스털 팰리스는 로테이션을 가동했으나 전력 차를 핑계로 삼기엔 부족했다. 마르크 게히, 크리스 리처즈, 피노 등 주전급 선수들이 선발로 나섰고, 점유율은 72%에 달했다. 그러나 슈팅 수에서는 13-12로 오히려 밀리며 경기 내용에서도 맥클즈필드에 고전했다.
더 큰 충격은 상대가 디펜딩 챔피언이었다는 점이다. 크리스털 팰리스는 지난 시즌 FA컵 결승에서 정상에 오르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구단으로, 대회 타이틀 방어에 나섰다. 하지만 비리그 팀의 벽을 넘지 못하며 조기 탈락의 쓴맛을 봤다.
맥클즈필드 FC의 서사는 더욱 극적이다. 이 팀은 1874년 창단된 맥클즈필드 타운이 재정난 끝에 2020년 해체된 이후, 2021년 지역 사업가 로버트 스메서스트에 의해 재창단됐다. 9부 리그에서 출발한 뒤 연속 승격을 거듭해 현재는 내셔널리그 노스에 속해 있다.
존 루니 감독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 웨인 루니의 동생이다. 선수 시절 맥클즈필드에서 커리어를 시작하고 마무리한 그는 2025년 은퇴 직후 감독직을 맡아 구단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승리를 이끌었다.
이번 경기는 감정적으로도 특별했다. 지난해 12월 팀 동료 에단 맥클라우드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이후 처음 맞은 대형 무대였다. 선수단은 경기 내내 그의 존재를 느꼈다고 밝혔고, 승리 후에는 유가족이 라커룸에 함께하며 감동을 더했다.
비리그 팀이 FA컵 디펜딩 챔피언을 탈락시킨 것은 1908년 이후 처음이다.
맥클즈필드 FC의 승리는 자본과 규모를 넘어, FA컵이 ‘매직 대회’로 불리는 역사적인 순간으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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