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SN KOREA 스포팅뉴스 (The Sporting News Korea) 최민준 기자 | ‘산재 기업과의 협업은 없다.’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발생한 근로자 사망 사고 여파가 한국야구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SPC삼립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협업해 출시한 ‘크보빵’이 불매 운동의 대상이 되면서, 팬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일, 사고 발생 바로 다음 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크보빵에 반대하는 크보팬 일동’ 명의의 불매 서명운동이 개시됐다. “화려한 콜라보(협업) 뒤에 감춰진 비극, 크보팬은 외면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시작된 이 운동은 26일 오전 11시 기준 2,212명의 서명을 이끌어냈다.
서명운동을 주도한 팬들은 “반복된 인명사고에도 이를 무시하고 SPC와 협업을 강행한 KBO를 규탄한다”며, 크보빵 불매뿐만 아니라 트럭 시위까지 예고했다. 실제로 시위를 위한 모금도 병행되고 있어 사태는 단순한 불만 표출을 넘어 행동으로 옮겨지는 분위기다.
온라인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 팬들은 “SPC의 문제를 KBO에까지 확대하는 건 무리”라는 입장을 보이는 반면, “선수들의 얼굴이 기업 이미지 세탁에 쓰여선 안 된다”며 불매에 동참하겠다는 팬들도 적지 않다.

SPC삼립은 이번 시즌 ‘야구 흥행 수혜주’로 꼽혀왔다. 3월 출시된 크보빵은 4월 말 기준 누적 판매량 1,000만 봉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 히트 상품’ 반열에 올랐다. KBO 인기 구단들과 연계된 ‘선수 스티커 마케팅’은 팬덤을 자극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노동자의 죽음 앞에서 상품의 성공은 한순간에 퇴색됐다. ‘크보빵에 반대하는 크보팬’ 측은 “우리가 사랑하는 선수들의 얼굴이 산재 기업의 마케팅 수단이 되는 것에 반대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이에 대해 KBO는 “인명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본 사안에 대해서는 내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팬들의 반응을 신중히 살피고 있다는 것이 KBO 측의 입장이다.
‘불매 운동’이라는 낯익은 단어가 야구장 앞까지 도달한 상황. 팬심과 도덕성 사이에서 KBO의 선택이 어떤 방향을 가리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