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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스포츠

한국 스노보드 알파인 개척자 김상겸, 값진 은메달...한국 첫 메달 쾌거

37세의 도전, 네 번째 올림픽서 첫메달

 

 

TSN KOREA 박영우 기자 |  김상겸이 37세의 나이에 생애 첫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스노보드 알파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로 썼다.

 

김상겸은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동계올림픽 남자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메달은 한국 선수단의 이번 대회 첫 메달이자, 한국 스키·스노보드 사상 두 번째 올림픽 메달이며, 하계와 동계를 통틀어 한국의 400번째 올림픽 메달이라는 상징성도 함께 지녔다.

 

강원 평창 출신인 김상겸은 어린 시절 천식으로 고생하던 아들을 위해 부모의 권유로 초등학교 때 운동을 시작했다. 중학교 재학 시절 학교에 생긴 스노보드 동아리를 계기로 체육 교사의 권유로 보드를 접했고, 이후 스노보드는 그의 인생이 됐다.

 

그가 선택한 알파인 종목은 속도를 겨루는 평행회전과 평행대회전으로, 국내 기반이 매우 약한 분야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김상겸은 2000년대 초반부터 국제 무대에 도전하며 한국 스노보드 알파인의 존재를 알렸다.

 

2011년 터키 에르주룸 동계 유니버시아드에서 평행대회전 우승을 차지하며 경쟁력을 입증한 그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신봉식과 함께 한국 선수로는 처음 이 종목에 출전했다. 한국 스노보드 알파인이 올림픽 무대에 첫 발을 내딛은 순간이었다.

 

2017년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회전 종목 동메달을 따내며 기세를 올린 김상겸은 고향에서 열린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꿈꿨다. 그러나 16강에서 탈락하며 아쉬움을 남겼고, 같은 대회에서 후배 이상호가 은메달을 따내며 주목을 받는 사이 그는 조용히 뒤로 물러나야 했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세계선수권대회 최고 성적은 2021년 평행대회전 4위가 전부였다. 유니버시아드와 아시안게임을 제외하면 국제대회 메달과의 인연은 좀처럼 닿지 않았다.

 

전환점은 30대 중반에 접어든 2024년이었다.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에서 경쟁력이 살아나기 시작했고, 2024년 11월 중국 메이린 대회에서 생애 첫 월드컵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어 지난해 3월 폴란드 크리니차 대회에서 동메달을 추가하며 상승세를 탔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메달 후보 1순위는 2018년 평창 은메달리스트 이상호였다.

김상겸은 조용한 다크호스로 평가받았다. 예선 8위로 16강 토너먼트에 오른 그는 8년 만에 올림픽 결선 무대를 밟았고, 8강에서 이번 시즌 월드컵 랭킹 1위인 이탈리아의 롤란트 피슈날러를 꺾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16강과 8강에서 상대 선수의 실수가 겹친 행운도 있었지만, 김상겸은 흔들리지 않았다. 결승까지 안정적인 주행을 이어가며 오스트리아의 베테랑 벤야민 카를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일반적으로 37세는 선수로서 적지 않은 나이지만, 알파인 스노보드는 경험과 코스 대응 능력이 중요한 종목이다. 이날 금메달리스트 카를은 40세, 8강에서 맞붙은 피슈날러는 45세다. 상위권에는 40대 선수들도 다수 포진해 있다.

 

경기 후 김상겸은 “드디어 해냈다. 정말 행복하다”며 “힘든 시간을 묵묵히 함께해준 아내에게 가장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과 동료, 지도자들의 응원이 있었기에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국 스노보드 알파인의 개척자로 불렸던 김상겸.

네 번째 도전 끝에 거머쥔 은메달은 늦게 피었지만 더욱 단단하다. 그의 전성기는 이제 막 시작됐을지도 모른다.

 

 

사진= TSNKOREA AI